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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전기 맞는 한국국제교류재단

지난 해 1월초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나는 앞으로의 재단 정책방향에 관해 몇 가지 구상을 밝힌 바 있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얼마만한 변화를 이루었는가를 생각해 보고자한다. 아울러, 올해 재단의 주요 사업 추진 계획도 밝혀 보겠다.

사업평가

지역 다변화
재단의 주요 업무는 해외한국학진흥을 위한 지원 사업이었고 지역적으로 볼 때 구미지역 그 중에서도 미국이 가장 많은 지원을 받고 있었다. 나는 취임 초 부터 여러 업무분야에서 한국학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대신 그곳에서 절약되는 부분을 다른 분야 특히 문화교류 사업과 출판·영상사업에 전환하기로 밝힌 바 있었다. 또한 지역에 있어서도 그간 관심을 크게 받지 못한 아랍지역과 중남미지역으로 활동영역을 확장하고자 노력하였다.

비한국학 지원 부문의 사업 확대
이러한 노력의 결과 지역적인 편중현상은 점차 개선되었고 사업 분야에서도 비한국학 지원 부문이 상당히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만족스럽지는 못한 실정이다. 재단의 주요 업무가 한국어 및 한국학 지원이라고 대내외적으로 알려져 있고, 한·미관계의 역사적 특수성으로 인하여 미주지역의 중요성이 계속 인식되고 있어 하루 아침에 변화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해 동안 재단이 이루어 놓은 사업실적을 보면 지역적, 사업적 편중성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높이 평가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도 그러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2005년 역점 추진 계획

이제 2005년을 맞이해 우리 재단이 해야할 일을 몇 가지 밝혀 두겠다. 재단은 지난 해 10월부터 외부 전문 컨설팅 업체에 의뢰하여 사업자문을 받아왔다. 2월 발표된 컨설팅 최종 결과는 조직 개편, 인원, 예산 등 재단의 중·장기 전략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한국연구지원의 사회과학분야 확대
우선 재단의 핵심 업무인 한국연구지원을 한국어, 문학, 역사 등 인문과학 보다는 한국의 정치, 경제 연구를 지원하는 사회과학분야에 집중하려고 한다. 지난 가을 미국 스탠포드대학 한국학 교수직을 사회과학 분야에 설치하기로 한 것이 그 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프랑스 정계의 지도급인사를 배출하는 파리의 정치대학에 한국경제강좌를 위한 교수직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지역 다변화 계속 추진
지역다변화의 일환으로 재단 출판물의 간판격인 「Koreana」잡지의 아랍어판을 금년 봄호부터 발행해 아랍권에서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높일 계획이다. 라틴문화권으로 분류되는 중남미 지역은 이미 지난해부터 재단이 활동을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과 한국학연구센터설립협정을 체결하였고 “제2차 중남미 한국학대회”가 금년 10월 멕시코에서 중남미지역 한국학 학자들이 모인 가운데 개최될 예정이다. 또한 한국 드라마 보급이 한국 문화와 경제 발전상을 간접적으로 전달함으로써 한국 이미지 제고 및 우호적 한국관 형성에 효과적이라 판단, 드라마 선호도가 높은 이 지역에 한국 드라마 보급사업을 추진하여 중남미 5개국 방송사를 통해 올해 방송예정이다.

중국, 동남아, CIS지역 대상 사업 확대
탈냉전 이후 세계화시대의 요청에 부응하여 재단의 활동지역도 시대변화에 따라 다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우선 최우선 지역으로 중국을 지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은 외교, 안보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한국의 최대 이해 당사국이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중국의 역할은 미국 못지않게 중요하며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자 가장 중요한 무역국이 되었으며 방대한 영토와 인구는 지정학적으로도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특히 경제관계와 한류 등 문화관계에서 한국어와 한국학에 대한 수요는 날로 증대하고 있다. 이에 맞추어 재단은 대 중국 사업전략을 마련 중에 있다. 또한 구소련의 동구권을 포함해서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동남아시아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 기회를 포착해서 한국어 보급과 한국 문화의 전파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중앙아시아는 신생지로서 한국학 보급 수요가 얼마든지 창출될 수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두 지역은 금년에 재단이 지역편중화 시정 사업의 일환으로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일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이상이 기존의 업무를 확대·강화하는 것이라면 이것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줄 새로운 조직 또한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해외 사무소 설치
그 첫째는 해외 사무소 설치라고 볼 수 있다. 재단은 설립 후 최초로 해외 사무소를 개설할 예정이다. 금년에는 미국 워싱턴과 그 외 다른 한 곳에 일인사무소를 열게 된다. 재단 직원은 그곳의 해외 한국외교공관을 빌려 재단 업무를 보게 될 것이며 점차 그 수를 다른 지역으로 늘려 나갈 예정이다.

‘국제문화교류센터’ 운영
둘째로 국내에 ‘국제문화교류센터(가칭)’를 설치하는 일이다. 하반기 개관을 앞두고 현재 장소 물색과 동 센터 운영에 관한 각종 준비작업이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문화센터는 국내에서 재단의 얼굴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이 틀림없다. 재단이 국내보다는 해외에 그 이름이 더 알려져 있지만 센터가 본격적으로 가동하게 되면 재단의 이미지가 새로이 정립되고 문자 그대로 국제적인 문화교류의 장(場)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또한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과 국가의 문화를 소개하고 재단의 해외 정보망을 국내 수요자들에게 개방하여 시민들의 해외 문화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나갈 것이다.
2005년은 이상에서 밝힌 대로 재단이 제도와 사업면에서 획기적으로 도약하는 첫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재단 가족 구성원은 희망과 의욕에 가득차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일들을 뜻대로 성취하려면 의욕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그에 따른 재단의 역량을 배가하여 문화한국의 세계화를 이끌어 나갈 책임이 있는 재단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