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일주일 앞둔 지난 9월 23일 일요일, 무료 입장 5시간 동안무려 2,500여명의 사람들이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을 찾았다. 다양한 인종의 방문객들은 미술관 곳곳에서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체험하고 배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그 다양한 모습들을 담았다.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KF Day
올해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이 후원하고 아시아미술관이공동 기획한 두번째 “Korea Foundation 한국문화의 날”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의 교육부는 4년 전부터 아시아 국가별로 문화의 날 행사를 마련해왔는데 처음 두 번의 한국문화의 날은 제한된 예산과 기획의 한계로 규모가 작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작년에는 한국국제교류재단과 공동으로Korea Foundation 한국문화의 날을분청사기 특별전<흙으로 시를 빚다>와함께 기획해 대규모로 선보일 수 있었다.
이 때 특별전에 참여했던 국제적인 현대작가들을 초청하여 시연회 및 작가와의 대화시간도 가졌는데, 전통에 바탕을 둔 현대화된 분청사기를 제시하고 있는이강효 작가와 런던에서 활동하며 도자기를 비누로 제작하는신미경 작가가 방문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귀중한 시간을 갖기도 했다. 또 ‘강은일 해금플러스’가 삼성홀의 환상적인 조명 아래에서 감성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음악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이 밖에도 김병종 교수의 한국미술 관련 강연과 현지 한국학교 어린이들의 그림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관람객에게 현재형의 한국 전통문화를 선보이는 시간
가을이 한창인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두 차례의 Korea Foundation 한국문화의 날 행사는 한국의 어제와 오늘을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이 행사는 한국 밖에서 한국 미술을 소개하고 전시하는 한국인 큐레이터인 필자에게 한국 전통 미술을 어떻게 보여주어야 하는지에 대한방향을 제시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팝 문화의 세계화와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오늘날의 한국에 대한 국제적인 인지도는 상당히 높다. 그러나, 한국 전통 문화나 역사에 대한 인식은 터무니없이 낮다. 따라서 한국의 전통 미술을 다루는 미술관은 이렇게 괴리된 외국인들의 인식과 한국의 인지도 사이를 봉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미술 전시실이 생동감 있어야 하며 항상 변화하는 새로운 전시와 프로그램을 기획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오늘의 한국을 시간차 없이 보여주면서도 전통에 뿌리를 두었음을 미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과거의 유물들은 어쩔 수 없이 정적이다. 그러나 과거의 문화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전시와 행사가 진행형이면방문객들이 한국의 어제와 오늘의 연속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생동감 넘쳤던“Korea Foundation 한국문화의 날” 행사는관람객들에게현재형으로 한국 전통 문화를들여다 볼 수 있게끔 한 기회가 되었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
김현정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한국미술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