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의 세계]라마단을 맞은 한국 최대의 모스크, 서울중앙성원
돔 지붕과 첨탑이 있는 모스크는 성스러움과 아름다움을 품은 이슬람교 예배당입니다. 무슬림에게는 삶의 터전이고 다른 문화권 사람들에게는 신비한 분위기로 다가오는 이슬람의 상징입니다. 한국에는 십여 개의 모스크가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모스크가 서울 이태원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대의 성원이며 한국 이슬람의 총본산인 서울중앙성원입니다. 한국과 중동의 수교가 활발했던 1970년대에 한국 정부가 부지를 제공하고 이슬람 국가들이 건축비를 지원해 건립되었습니다.
서울중앙성원이 위치한 우사단길(한남동)은 이태원 안에서도 이국적인 특색이 뚜렷하기로 유명합니다. 할랄푸드를 파는 음식점과 서점, 옷집 가게들이 늘어선 거리는 간판에서부터 이슬람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서울중앙성원은 신도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신도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기도를 드리고 매주 금요일에 열리는 합동 예배에 참석합니다. 예배 시간이 아니면 신도가 아닌 방문객도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꼭 안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독특한 외관을 보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무료 북카페와 이슬람센터가 있는 부속건물을 둘러봐도 좋습니다. 산꼭대기에 있어 서울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입니다. 밤에는 밝은 조명으로 빛나는 성원의 모습과 서울의 야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의 예방을 위해 예배를 잠정 중단했지만 예년 같았다면 라마단을 맞아 더욱 북적거렸을 곳입니다.
라마단은 이슬람의 가장 중요한 절기이자 신성한 달입니다. 이슬람력의 9월이고 아랍어로 더운 달을 의미하는데 이슬람력은 윤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해마다 라마단 기간이 빨라집니다. 지역과 교리에 따라 1~2일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에서 따르는 올해 라마단은 4월 23일부터 5월 23일까지입니다. 라마단이 되면 무슬림은 일출 때부터 일몰 때까지 금식하며 하루 다섯 번 기도를 합니다. 해가 진 후에 먹는 음식을 이프타르(iftar)라고 하는데 서울중앙성원에서는 신도들을 위해 이프타르를 배식합니다. 이 기간에는 성원 인근의 이슬람 음식점들이 문을 닫은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금식과 금욕의 한 달이 지나면 축제가 시작됩니다. 이슬람력의 10월 첫째 날부터 사흘간 이어지는 이드 알 피트르(Eid-al-Fitr)입니다. 신도들은 푸짐한 음식을 즐기며 선물을 주고 받습니다. 성원에서는 축제 예배와 자선 행사가 열립니다. 이슬람은 라마단 기간에 단식하며 아낀 식량으로 이웃을 돕는 것을 중시합니다. 가난하고 힘든 이웃이라면 무슬림이 아니라도 함께하는 것이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이행해야 할 책무라고 여깁니다. 그런 마음으로 이슬람 최대의 명절을 보내는 서울중앙성원의 열기는 더운 달이 끝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글 김문영
그림 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