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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한국학의 현황과 미래



역사적인 배경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적인 관계는 16-17세기 각국의 사신이 중국 북경에서 만나 시를 주고받은 데서 시작되었다. 특히 조선사신 이수광과 베트남사신 풍 칵 코안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또한 19세기 말 교육을 통해 프랑스로부터 독립하고자 베트남 독립운동가 판 보이 쩌우가 세운 ‘동경의숙’의 교재에는 ‘나라를 잃은 조선국민의 상황을 보자’라는 기록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한국과 베트남은 일본과 프랑스로부터 독립되었으나 국내 상황이 혼란스러웠다. 한국은 한국전쟁, 베트남은 인도차이나전쟁으로 나라가 폐허가 되었으며, 그 후 두 나라는 모두 남북으로 분단되었기 때문에 양국의 문화교류는 생각할 수 없었다. 1960년대 말부터 베트남민주공화국(북베트남)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북한에 유학하였으나 남북베트남 어느 쪽에도 한국어 교육기관이 없었다. 뿐만아니라 1975년 이전까지 베트남에는 한국 연구를 담당하는 기관이 없었고, 외무부나 대학교에서는 동북아시아 연구자들이 한국에 관련된 부분도 함께 담당하였다.
베트남 통일 이후에도 한국학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는 기관은 없었지만, 베트남 정부의 다면화·개방화 외교 정책에 따라,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의 하나인 한국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의 한국 연구는 기본적으로 한국어가 아닌 영어 등 다른 외국어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따라서 본격적인 한국어 교육과 한국학 연구는 1992년 12월 한-베트남이 국교를 맺은 다음해인 1993년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학에 대한 연구
1992년에 한국학 연구기관과 교육기관들이 동시에 설립되었다. 하노이국립대학교와 호치민 국립대학교에는 국제관계 교수·동아시아문학 교수, 역사 교수들이 참여하는 한국학 연구 그룹이 형성되었다. 또한 외무부의 동북아시아국과 국제관계 학원 역시 한국어로 한국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1992년 12월 한국연구센터 설립을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하노이국립대학교에 한국학연구센터가 설립됨에 따라 여러 기관에 분산되어 운영되었던 한국관련 연구는 동 센터로 통합되었다.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센터는 토론회와 세미나를 주최하였으며, 1994년부터 1998년까지 한-베트남 세미나를 주최하기도 하였다. 이와 함께 1998년 국립인문사회과학원은 일본연구센터 하에 별도의 한국학연구센터를 만들어 한국관련 서적 번역, 세미나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곳은 향후 동북아시아 연구 중심의 거점을 형성해 나갈 것이라 예상된다.

한국어와 한국학 교육 기관
한-베트남 외교관계가 수립된 그 이듬해인 1993년 9월 하노이종합대학교 문학부에 한국어 강좌가 개설되면서 본격적인 한국어 교육이 시작되었다. 또한 1994년 10월 국립 하노이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구 하노이종합대학)에 동방학부가 설립되어 중국학, 일본학, 한국학에 대한 교육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동일한 대학 내에 두 개의 한국어 강좌가 개설되어 있다는 문제가 제기 되었고, 결국 문학부의 한국어 강좌는 폐쇄되고 오늘날 동방학부 한국학과에서만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다. 1995년에는 국립 호치민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에도 한국어 전공이 개설되었다.
이 밖에도 1997-1998학년도에 하노이 사범대학교에 2년제 한국어 강좌가 개설되었고 곧이어 1999-2000학년도부터 한국어과가 4년제로 개편되었다. 또한 사립대학인 호치민외국어정보대(HUFLIT)에 한국어과가 개설되었고, 공립 하노이외국어대학, 호치민시에 위치한 사립대학인 홍방(Hong Bang), 반 랑(Van Lang)대학교 등에 한국어 강좌가 잇따라 개설되었다. 1998년에는 국립 하노이대학교에 한국학연구센터가 개설되었으며, 이외에도 한국어를 필요로 하는 베트남인들을 위해 단기간 한국어 교육을 제공하는 몇 몇 기관들이 문을 열었다.

교수와 연구진
1993년 베트남에서 한국어 교육이 처음 시작될 때 한국어 강사로 초빙된 사람들은 주로 베트남에 유학 온 한국 학생들과 1975년 이전 남북한에서 한국어를 배운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1996년 이후로는 한국국제협력단에서 파견된 한국어강사들이 활동하기 시작했고, 1998년부터는 한국에서 유학하며 석사학위를 받은 베트남 학생들이나 한국에서 온 교수들이 한국어와 한국학 교육을 담당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한국에 유학을 가는 학생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이제 이들이 한국인 유학생과 북한에서 한국어를 배운 베트남인 강사들을 대체하고 있다. 앞으로 2005년까지 국립 하노이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 동방학부 한국학과와 국립 호치민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 동방학부 한국학과뿐만 아니라 기타 한국어나 한국학을 가르치는 대학의 강사는 50% 이상이 한국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전문 강사로 충원될 전망이다.



교재와 연구자료
베트남에 한국학 교육이 시작할 당시만 해도 적당한 교재가 없어 한국어 교재는 주로 한국 유학생이 가지고 온 영어, 불어 책들이었다. 1995년부터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한국어 교과서와 한국학 연구서적들을 지원받아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한국어 연구 서적은 여전히 부족하여 한국어와 한국학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러시아어, 영어, 프랑스어 서적을 참고하여 교육하였다.
1998년부터 한국학 교육에 활용될 수 있는 한국어 교과서, 한국 역사서, 전통문화에 대한 책들이 베트남에서 연구 출판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각종 세미나에서 발표된 원고들도 한국학 연구와 교육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었다. 당시 출판된 한국관련 서적으로는 “베트남과 한국의 문화와 유사성”, “한국문화ㆍ문학 소개”, “한국의 문화와 역사” 등을 들 수 있다.
현재 하노이주재 한국대사관과 호치민주재 한국총영사관 및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지원해 주고 있는 한국어 교과서, 한국 잡지, 서적 등은 한국학 연구 발전에 큰 도움을 주고 있으며, 특히 주베트남대사관과 한국국제협력단은 국립 하노이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 내에 한국학 자료실을 개관하는데 크게 기여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학 연구를 위한 교재는 계속 수정, 보완되어야 하며, 참고 서적이나 연구 자료 개발을 위한 노력 역시 절실한 실정이다.

한국어 및 한국학 연구와 교육내용
베트남에서의 한국어 및 한국학 교육은 다음 세가지 방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한국학 전문가와 한국어 강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으로 하노이와 호치민시에 있는 두 국립대학이 담당하고 있다. 그 교육 내용은 한국어, 한국 역사, 경제, 문화-문학, 사회-법률, 국제 관계, 한-베트남 관계, 대표기업, 경제 발전, 한-베트남 문화의 유사성 등 거의 전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두번째는 한국어 교육을 주 목적으로 하되 동시에 한국사회, 문화, 교육 등에 대한 연구도 함께 병행하는 식의 교육으로 하노이 외국어대, 하노이사범대 및 사립대학교에서 담당하고 있다.
세번째는 한국에 가는 근로자나 베트남 내 한국 투자기업에서 일하려는 베트남인들에 대한 단기 한국어 교육으로 각 외국어센터에서 담당하고 있다.
첫번째 교육기관 학생들의 경우,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졸업논문이나 졸업시험에 합격하여야 한다. 논문을 작성하는 학생들의 비율은 25%-30%정도이며, 한국(어)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은 한국학센터나 대학교 또는 한국어교육센터에서 한국어 강의를 담당할 수 있다.
앞에서 말한 둘째와 셋째의 비전문적인 한국어 교육은 기본적으로 한국어를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이에 덧붙여 한국에 대한 기초 지식을 가르친다. 국립 하노이대학교나 국립 호치민대학교를 제외하고 기타 한국어과가 설립된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일반적으로 과거 베트남에서 한국학 연구의기본 교육 내용은 한국 문화와 역사, 한국 경제, 사회발전, 한국의 산업화와 현대화 경험, 한·베트남 협력관계 등이며, 이와 더불어 한국의 문화, 문학, 사회, 역사, 철학 등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도 병행되고 있다.

향후 연구 방향
한국과 베트남의 정치, 경제 관계가 매우 긴밀해진 오늘날 베트남에서 한국학 연구와 한국어 교육은 이와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 내용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첫째, 효과적인 한국어와 한국학 교육이 수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어 교육 시간을 대폭 늘려야 하며, 체계적으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한국어 교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동시에 한국어 교육 경험이 풍부한 강사의 수가 늘어나야 하며, 효과적인 한국어 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시청각 교재 역시 필수적이다.
둘째, 수준 높은 한국어 교육을 담당 할 수 있는 한국학 전문가와 교수 양성을 위해 우수한 베트남 학자들을 한국의 석·박사과정에 유학시켜야 한다.
셋째, 하노이시와 호치민시에 있는 두 국립대학교의 한국어 교육기관에 대한 시설투자를 확대하여야 한다.
넷째, 한국어로 된 한국학 및 한국어 서적이 베트남어로 번역되어 교육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이를 위한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다섯째, 한국학 및 한국어 연구와 관련된 한국과 베트남 대학교 및 연구소 간의 협력을 강화하여야 한다